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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밖에서 놀자 Ⅱ] 포켓몬고 오지 아이들의 도시 나들이“아빠, 신도시에서 포켓스탑 경험하고 싶어요”

“얘들아, 제발 컴퓨터 좀 그만하고 바깥 구경이라도 좀 하자. 계속 이러면 컴퓨터 압수한다.” “이 컴퓨터 제 것이거든요. 아빠랑 약속해서 받은 제 것이라구요. 아빠는 약속을 지키세요.”
퇴근 후 반복되는 아빠의 잔소리에 중학교 1학년 아들이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대꾸한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에 화가 치밀어 “그럼 밖에 한 번씩 나가고 좀 쉬면서 하자구~~~”
아~ 방학 내내 반복되는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거리로 나온 포켓몬, 아들을 밖으로 부르다
휴대폰이 없는 두 녀석이 엄마 아빠 휴대폰을 들여다볼 때마다 뭘 하기에 저렇게 들여다보나 했는데 한 때 유행했던 ‘포켓몬고’를 슬쩍 깔아놓은 것이다.
어느 날부터 엄마는 퇴근 후 귀가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각자의 차를 몰고 비슷하게 출발했는데 나보다 한참 후에야 도착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컴퓨터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포켓스탑에 들러 ‘알’을 모으느라 이곳저곳을 들렀던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작은 녀석이 걸려 나도 틈틈이 포켓스탑에 들러 알을 충전한 후 작은 놈의 손에 쥐어주게 되었다.
그나마 본인 휴대폰이 없으니 컴퓨터보다는 중독성이 좀 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지난 주말에는 통진에 가면 한 곳에 여러 개의 포켓스탑이 있다며 나가서 충전도 하고, 밥도 먹자고 꼬셨더니 두 녀석 모두 순순히 따라나섰다. 내친 김에 강화도로 드라이브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얼음판에 나가 한참을 함께 놀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밤, 이번 주 내내 컴퓨터가 과했다고 느꼈는지 아이들 스스로 하루 동안 컴퓨터를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말을 즐기기 위한 양보라는 것이다.
나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낚싯밥을 던졌다. “얘들아, 신도시에 가니까 포켓스탑이 진짜 좌악~ 깔렸더라. 궁금하지 않니?”
“정말이요? 아빠, 내일 아침에 출근할 때 저희 좀 구래동에 내려주세요. 2시간만 걸을 게요”
“그래, 그러자. 대신 8시에는 일어나야 함께 나갈 수 있으니 너희 몫이다. 못 일어나면 엄마 아빤 그냥 출근한다. 아침에 함께 나가려면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요즘 씻으라면 고양이 세수만도 못하게 하던 두 녀석 모두 머리까지 감았다. 심지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자겠다는 것을 말렸다.
오늘 아침, 출근 준비가 다 될 때까지 아이들 방이 조용하기에 “녀석들, 그러면 그렇지”하고 주섬주섬 챙기는데 큰 녀석이 고양이 세수를 하고 옷까지 입고 나온다.
“제법일세... 머리는 드레곤볼 손오반 같으니까 물 칠 좀 하고...”

촌놈 형제의 사우동, 장기동 탐방
엄마는 아이들만 신도시에 내려놓는다는 것이 못내 걸려서 말린다. 끝내 조금 익숙한 사우동에서 1시간이 허락됐다. “10시30분까지... 만남 장소는 사우사거리 하나은행 1층 엘리베이터 앞. 아빠는 전화도 없고, 일도 해야 하니까 약속 꼭 지켜야 한다.” 다짐을 하고 일을 마친 뒤 10분 늦게 약속장소에 갔더니 두 녀석 모두 나를 기다린다.
“이 녀석들 겁은 많아가지고... 잘했다~”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아빠, 다음엔 어디 가세요? 저희 따라가면 안돼요?” “그래, 이번엔 북변동. 아빠 김포본동 미팅 하는 시간 20분, 약속 장소는 노인회관. 주변 스캔 해둬라. 산호아파트 109동, 김포본동사무소 등등. 위험할 때 저 애견용품점으로 들어가. 아빠 잘 아는 분이니까...”
일이 늘 그렇듯 시간이 늘어져 40분 뒤에야 약속 장소에 갔더니 두 녀석이 “저희 한참 기다렸어요.”
“그래, 점심시간 다됐다. 우리 신도시에 가서 짜장면 먹을까?”
“좋아요. 짜장면 먹어본지 두 달도 넘은 것 같은데요.”

 

짜장면 한 그릇, 작은 탕수육 한 접시에도 환한 웃음을 보이는 것은 함께 있기 때문 아닐까?

짜장면 한 그릇에 행복한 아이들
3,900원짜리 짜장면에 탕수육 소자 한 개. 음식이 나오기 전 단무지를 먹으면서도 두 녀석 모두 싱글벙글이다.
“아빠, 와~ 이 탕수육 겉바속쫄, 튀김이 예술인데요~” 작은 녀석의 너스레로 멋진 코스요리가 부럽지 않다.
“너희들끼리 지하철 타고 구래동으로 올래? 아빠 거래처 가면 되니까 구래동에서 만날래?”
“아뇨. 오늘은 여기까지요. 오늘 10km는 걸었나봐요. 그리고 엄청난 아이템도 획득했어요. 이정도면 기분 최고에요~” “근데, 다음 주에 또 오면 안돼요? 열심히 걸을 게요”
“그래? 아빠 내일 아침에 병원 가는데 같이 갈까?”
“완전 콜이요~. 그럼 내일 아침에 또 가는 거에요~”

남자 아이들이 흙을 밟고 자랐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바람으로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하성면 가금리에 둥지를 튼 지 3년 여. 엄마 마음에는 여전히 떨어뜨려 놓기에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울타리 너머로 발을 딛게 될 아이들임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가끔씩 밖에 내놓을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순종적이며 부모와 그리고 형제간에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도 깨닫게 된다.

이번 주말, 아이들에게 “좀 나가 놀아라~” 소리치기 전에, 손 내밀어 함께 외출하는 것은 어떨까? 아이들에게는 아빠의 따뜻한 손이 필요하다.

세상은 보는 이의 눈에 따라 다르다. 아이들 눈에는 높은 빌딩도, 네 바퀴로 구르는 자동차도 모두 신기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걷기 좋은 장기동 라베니체. 산책과 소박한 먹거리의 즐거움이 있다.

심재식 기자  sjslove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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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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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말숙 2021-01-22 21:23:41

    코로나19로 방콕하는 아이들을
    컴퓨터와 핸드폰, 게임 중독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어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시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멋지십니다.ㅃ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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