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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상…그래도 가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아진 뒤 강화도를 향하는 나들이 차량들이 꼬리를 문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주말에는 잠자코 집에 있으라지만, 파란 하늘이, 하얀 구름이, 붉은 단풍이 부르는데 어찌 집에 있으랴~ 유행가 가사 좀 표절하자면 “흘러가는 하얀 구름 벗을 삼아서~ 나도야 간다” 

그러나... 아이들 키우는 부모라면 어디 좀 가 볼까하다가도 도로에서 버려야 할 시간, 낯선 곳에 갔다가 혹시 하는 불안감, 게다가 넉넉치 않은 주머니 사정까지... 지우개로 공책에 낙서 지우듯 쓱쓱 지워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삶터에서 고개만 돌려도 역사, 문화, 자연,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누릴 가을이 충만하다.

김포, 일상의 가을

사진은 김포 최북단 가금리와 김포의 가을이다. 산책할 때마다 앞집 정원에 피어난 코스모스부터, 마을을 지키듯 500년 째 서 있는 쌍둥이 느티나무, 겨우살이의 남방한계선을 알려주는 애기봉 입구 상수리나무, 추수 하고 난 논바닥을 차진한 참개구리, 가을과 함께 찾아온 기러기 떼, 긴긴 장마를 이겨내고 터질 듯 생명을 담은 벼이삭, 며칠 전 주민 안전을 위해 설치한 가로등과 조화를 이룬 나무 터널, 그리고 코로나와 함께 방콕에 잠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하천 낚시까지... (물론 낚시 미끼로는 지렁이를 사용했다. 아이들이 잡을 릴 없었지만 낚싯대를 펴자마자 물색없는 붕어 한 마리가 떡하니 바늘을 물어 아이들은 난생 처음 어부지리 고기 낚기에 성공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3시간 후 난생 처음 낚은 물고기를 놓아주며 “용왕님께 뭐 좀 얻어와 보라”며 놓아주었지만 친구들에게는 두고두고 자랑꺼리가 될 것이다.)

지난 2월, 가봐야 얼마나 가겠나? 사스나 메르스 정도로 호들갑을 떨고 나면 4월부터는 정상을 찾겠지 하던 코로나가 매섭다. 하지만 어찌하랴! 포스트 코로나가 아닌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는데...

가깝게 지내는 50대 중반의 선배들마다 다 땅이 꺼진다. 월말이면 통장에 몇 푼이라도 찍히는 월급쟁이 선배들 빼곤 세월 좋다는 사람 없다. 그나마 따박쟁이들도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하니 죽겠단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지갑이 얇아진 대신, 해 떨어진 뒤 골목 오갈 일 업어졌다는 것, 잠도 못 잘 정도로 아팠던 목 디스크에 허리 디스크 통증도 좀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저녁이면 가족이 함께 동네 한 바퀴 돌며 밤하늘을 바라 볼 수 있다는 것, 주말이면 컴퓨터 앞에 앉아 눈 벌게질 아이들 달래 옆 동네라도 한 바퀴 돌아본다는 것.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일상을 누리게 됐다는 것이다.

누구나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그 부담을 숙취로 달래지 말고 오늘 저녁 가족과 함께 동네 한 바퀴 돌며 마음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어! → 나도 힘든데, 너는 더 많이 힘들지? 하면서 말이다.)

우리에게는 날마다 선물상자가 도착한다. 
그 선물상자는 누구에게나 도착하지만 어떤 이는 감사와 기쁨으로 꽃을 피우고, 어떤 이는 불만과 짜증, 원망과 한숨으로 썩혀 버린다.
똑 같은 선물을 가지고 어떤 이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어떤 이는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 가둔다.
살아 있는 동안 선물 상자는 계속 배달된다.
그 선물 상자에는 ‘하루, 24시간’이 들어 있다.

오늘 어떤 선물상자를 받을 것인가는 나에게 달려있다.

 

가금리 쌍둥이 느티나무(보호수). 이 곳에는 합격을 바라는 사람들의 소망도, 새 집을 마련하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도, 집을 팔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까지 온갖 소망이 걸려있다. 500년의 세월 동안....
가금리의 아침.
며칠 전 새로 생긴 가로등이 만들어 준 나무 터널길
가금리 가을들녘
가금리 상수리 고목(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의 남방한계선이라는 건 순전히 내 추측이다.)
앞 집 코스모스

심재식 기자  gimponews@gimpo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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