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람들 People&People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과 소통하다인터뷰- 채의석 독립영화감독

   
▲ 채의석 감독
내가 사는 동네가 텔레비젼에 나오면 그 모든 것이 신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매일 놀러가던 놀이터, 몇번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미끄럼틀에 또래 아역배우가 나오면 동네 친구들과 TV앞에 모여 '우와, 우와'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며 “저 미끄럼틀, 내가 맨날 타던거야”라며 서로 좋아라했던 기억. 그래서 양촌을 영화의 무대로 삼았다고 하는 감독과의 만남은 내심 그런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면서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양촌의 이야기를 담다
채의석 감독(33)은 이번에 양촌을 무대로 한 독립영화를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 본선에 진출했다. 영화제목은 <봄동>. "나물 이름이예요." 무슨 의미냐고 묻는 기자에게 웃으면서 영화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버지와 늦둥이 아들. 양촌 옆 구래동에  땅이 있던 주인공 할아버지는 땅이 개발된다 하여 땅을 팔았다. 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몰래 그 땅을 경작해 오던 할아버지의 마지막 수확물이 봄동이다. 그 봄동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심은 것이었고, 잠시 방황을 하던 아들은 어머니의 49제를 맞아 집에 돌아오면서 어머니 제사상에 어머니가 심은 봄동을 올린다. "봄동은 워낙 제사상에 올리는 나물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심은 것을 제사상에 올리는 것의 의미랄까 그런 것을 담았습니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채 감독은 4년전 구래동에 정착하며 김포와 연을 만들기 시작했다. 양촌주민자치회와 함께 양촌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는 그 동안 양촌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켜켜이 담아냈다. 양촌읍 주민들도 출연했다. 김포의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양촌과 구래동, 길 하나 사이로 느껴지는 이질감에 대해 깊은 얘기를 해 보고 싶었단다.

   
▲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봄동>의 한 장면. 양촌을 무대로 제작됐다.

있는 그대로의 것에 가치를 담다
아직 필모그라피가 화려하지 않은 채의석 감독. 2011년에 만든 <코끼리정류장>은 그의 첫 작품으로 대학졸업작품이다. 이후 <11월> <모래성> 등을 만들었고 이번에 출품한 <봄동>까지 총 6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 그는 “자본의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 사회주변인,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다루면서 영화적 언어로 대안을 찾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 <모래성>은 2014년 성매매방지 영상제작 공모전 선정작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만든 영화보다 앞으로 만들 영화가 더 많을 그이기에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물었다. “사람사는 이야기를 과장되거나 인위적이지 않게 만들고 싶습니다.” 주위의 흔한 것들에 제대로 된 가치를 담아보고 싶다는 말에서 젊은 감독의 패기와 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영화는 ‘소중함’이다
채의석 감독은 어린시절 외할아버지의 불편한 눈을 고쳐드리고 싶어 안과의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다. 의사의 꿈을 접고 뚜렷한 계획도 없던 그가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 바로 <타이타닉>이었다. “<타이타닉>의 내용이 좋았다기 보다 영화관의 느낌이 좋았다”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가 아닌 극장에서 직접 필름을 걸던 시절. 영사기에서 필름 돌아가는 소리와 필름이 상해서 만들어진 화면의 스크래치 느낌, 그리고 온통 까맣던 그 공간은 중학생을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말에 대한민국 어느 부모가 좋아했을까. 가출도 하고 방황도 하다가 기어코 영화를 배울 수 있는 학교로 진학했다. 그리고 지금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에게 영화는 ‘재미’가 아닌 ‘소중함’이다.

채의석 감독은 영화감독에게 필요한 것으로 ‘(개인적으로 라는 단서를 달아)따뜻한 시선’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영상미, 가슴뛰는 스토리도 필요하겠지만 “주변을 살필 줄 아는 따뜻한 예술가가 되라”는 지도교수의 말을 마음에 새겼다.
연극연출도 했던 그에게 ‘연출’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앞으로 오랫동안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채 감독. “지치지 않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 변화하는 시선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젊은 감독의 앞길을 따뜻한 박수로 응원해 본다.

※추신: 영화제 출품작이라 김포시민들이 이 영화를 보려면 5월초는 지나야 가능할 것 같다. 좋은 소식(?)과 함께 김포아트홀 무대에서 영화의 무대가 된 양촌읍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이유경 기자

이유경 기자  hkuksa@gimpoin.com

<저작권자 © 김포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유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